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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극복한 이주명 회원, 633㎞ 자전거 국토종주로 소아암 어린이 후원 나서

등록일 :  2013년 8월 5일 by 트랭글 리포터

‘초딩’들의 방학과 휴가철이 맞물려 전국의 계곡과 바다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이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환하게 웃음 짓는 아이들과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부모의 행복한 모습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고사리처럼 얇은 팔에 무거운 링거 병을 여럿 달고서 병원의 창밖으로 뛰어 노는 또래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만 보는 아이들이 있다. 바로 남들에겐 평범한 일상조차 쉬 허락되지 않은 소아암 환우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휴가는 그저 꿈같은 일이자 기약 없는 희망일 뿐인 소아암 환우들을 위해 여름의 뜨거운 폭염을 뚫고 후원행사에 나선 이가 있다. 바로 이주명(41)씨다. 그는 지난 2000년, 폐암 말기 진단과 함께 “3개월”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술대에 올랐지만, 이미 그의 몸은 전신에 퍼진 종양으로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가족의 응원과 후원의 손길에 항암치료 견뎌

“평생 나쁜 일 하나 하지 않고 살았는데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시련이 왔을까 끝없이 하늘을 원망했어요. 평소에는 의미 없던 모든 일들이 특별해지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되었죠. 6개월에 걸친 항암치료는 소름끼치는 바늘과 역겨운 약물치료의 연속이었어요.”

몸서리치며 그때의 일을 떠올리는 그에게 기적이 찾아온 건 2001년, 수차례나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치료 끝에 악마의 그림자와 같았던 암세포는 기적처럼 모두 사라져있었다.

“회사에서는 저를 살리고자 모금 운동이 벌어졌어요. 얼굴도 모르는 많은 분이 응원의 편지를 보내주기도 하셨죠. 그러나 무엇보다도 곁에서 눈물 흘리며 지켜준 가족이 있었기에 견뎌낸 것 같아요”
그러나 암의 완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5년은 지켜봐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그는 심폐운동에 도움이 되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2년 만에 일반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마라톤 풀코스(42.195km) 완주를 해낼 수 있었다.

춘천마라톤 대회 완주

“그 이후로도 마라톤은 1년에 두 차례가량 완주를 목표로 달렸어요. 암의 재발을 막기 위해 스트레스를 관리하려는 의도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지루함과 고통을 견디며 달리다 보면 지옥과도 같았던 일들이 떠오르다가도 어느새 나를 응원하고 도와준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레이스는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까마득한 절망을 극복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기적은 반드시 일어난다고 믿게 됐죠.”

 

 

자전거와의 인연, 그리고 국토종주

 

DSC_6532▶ 소아암 어린이 후원 행사를 주최한 이주명(41)씨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사이클 선수와 다를 바 없는 복장을 한 그는 한강의 자전거도로 한 켠 편의점에 자리를 잡은 체 다시 소아암 퇴치에 대한 이야기를 이었다.

“직장에 복귀하고 건강에 대한 자신도 생긴 무렵이었어요. 2006년에 인도네시아의 주재원으로 파견을 떠나기로 했죠. 자카르타의 사무실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5살쯤의 동생을 업은 아이들이 도로 위 차 사이를 뛰어다니며 구걸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 언젠가는 아이들을 위한 기부 활동을 해야겠단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자카르타의 덥고 습한 기후에서 체력부담이 큰 마라톤을 계속할 수 없었던 그는 5년 후인 2011년 귀국을 한 후에야 제대로 운동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귀국 후 첫 겨울을 맞자 알파인보드에 빠져 설원위에서 살 정도였다고. 그렇게 겨울을 난 후 보드를 대신할 운동을 찾던 이주명씨는 자전거 타기를 권하는 지인의 권유로 자전거와 만나게 되었다.
“제게 딱 맞는 사이클과 클립리스 페달에 적응한 후 개봉동 집에서 파주까지의 100여 ㎞ 구간을 달리고 나니, 문득 자전거가 내 삶의 일부분이 되었구나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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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소아암어린이에게 사랑 더하기”
이주명과 함께하는 자전거 국토종주 633km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에 대해 멋쩍게 이야기하던 그는 어느새 소아암 퇴치 운동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항암치료를 받던 그때가 의료파업이 한참 진행되던 때라 일반 암병동과 소아병동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습니다. 소아병동을 지나며 마주친 어린 환우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천사 같은 작은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울까 하는 생각에 잠기곤 했어요.”

언젠가 매년 1200여 명의 어린이가 소아암 진단을 받는다는 얘길 듣고 난 후, 자신이 암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경험을 어린 환우들에게 희망으로 전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족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후원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서해갑문부터 낙동강 하굿둑에 이르는 633㎞의 자전거 국토종주가 바로 그것이다.

 

 

씽씽 달리는 두 바퀴에 소아암 아이들의 희망 담는다
안전행정부의 자료를 보면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국토종주 인증자수가 8만 명에 이를 만큼 여가를 이용한 자전거 여행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기자는 국토종주라는 이벤트가 소아암 퇴치 기금 조성과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업계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저는 이번 국토종주의 의미가 단지 기금 마련을 위한 일시적인 화젯거리에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미 많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CSR)에 깊은 관심을 두고 좋은 일을 하고 있어요. 이제 평범한 우리가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 속에서, 또 그들의 문화 취미생활을 영위하면서 자신의 의지와 달리 병마와 힘겹게 싸우는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DSC_6519▶ 함께 종주에 나선 동료직원 정순황(33)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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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종주에 나선 트랭글 최진희(36) 회원

이미 그의 직장 동료와 지인들에게도 이런 마음이 전해져 작은 후원이 뒤따르고 있다고한다.

“이번 소아암 퇴치 국토종주 라이딩에는 사실 혼자 시작하려고 했지만, 같이 자전거를 타는 직장동료가 알게 되면서 일이 커졌어요. 이제는 트랭글 GPS나 도싸(전국도로싸이클라이딩연합)을 통해 알게 된 분들이 함께해서 더 힘이 납니다. 부족한 이번 종주가 관련 업계는 물론 자전거 동호인들의 뜻을 모아 나눔 문화를 확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종주 일정표▶트랭글 친구추가(calvin12)를 하면 국토종주 현황을 지도에서 살펴볼 수 있다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3박 4일간 일정으로 나서는 이번 종주 이벤트를 통해 확보한 기부금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기부해 환아들의 치료비 및 복지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3개월 시한부 인생”에서 이제는 국토종주에 나선 기적을 보여준 이주명씨의 의지가 자전거 동호인뿐 아니라 다른 모든 동호인의 기부 문화로 자리 잡아 더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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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한국벽혈병소아암협회 http://soaam.or.kr ☎ 1544-1415
이주명, calvin1299@naver.com
■ 기부 : 우리은행 020-234037-13-601 (예금주 :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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